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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다큐영화 너에게 가는 길 리뷰

by lilililililililililil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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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커밍아웃은 성 정체성의 자각과 긍지를 넘어 관계적 사건이다. 커밍아웃에는 대상이 필요하고 화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밍아웃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사유하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자식의 커밍아웃은 부모를 벽장에 가둬버린다. 자식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만큼 부모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견뎌낸 인고의 시간을 고스란히 반복해야 한다. 자식이 힘겹게 건너온 고통과 수치의 경험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부모와 자식의 거리는 한없이 좁혀진다.


<너에게 가는 길>은 커밍아웃을 계기로 어머니와 자식이 관성화된 위계적 관계를 넘어 인생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어머니들은 성 소수자 자식들을 이해하는 데에 만족하거나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식들의 삶을 경유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비로소 세상의 모순에 눈을 뜬다. 성 소수자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편견 가득한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혐오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두려워하기보다는 더욱더 전의를 불태울 만큼 단단해진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이 자식에 대한 연민을 넘어 자식과의 연대로, 서로를 위로하는 자조모임에서 세상을 바꾸는 인권단체로 성장하는 것은 필연적 수순이다.

한편, '나비'와 그녀의 트랜스젠더 아들 '한결'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나비는 트랜스젠더혐오적인 사회 분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우울증 약의 복용을 늘려가는 한결을 보며 괴로워한다. 한결이 정말로 사는 것이 힘들어 죽고 싶다면,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에 함께 가서라도 외롭지 않게 죽도록 해주겠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자식의 ‘자살’을 방관하고 지지하는 건, 사회가 부모에게 부여한 돌봄의 의무와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돌봄은 언제나 삶을 독려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은 자식에 대한 불필요한 돌봄, 즉 ‘필요 이상의 돌봄’이 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의무적 돌봄을 초월한 윤리적 돌봄이다. 나비는 이미 자식의 삶에 완전히 동화되어 버렸다. 그것은 연대의 궁극적 이상향이다. 타인의 불가해한 세계 속에 기꺼이 뛰어들어 여행하고자 하는 결연한 다짐 속에서 기원한 관계의 힘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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