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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일상

모멘토 모리 Momento mori

by @블로그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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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토 모리(Momento mori)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서 '인간은 언제가는 죽는다. 그러므로 오늘을 기억하라'라는 의미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산다. 바로 삶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오늘을 때로는 의미 없이 보내고 만다. 이 말 '모멘토 모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소중한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7층에 살던 한 아저씨가 있었다.
아버지와 같은 성당을 다녀서 정말 친한 분이셨고
모든 사람들한테 "그냥 존재 자체가 멋있는 사람"이라는
평이 자자할 정도로 인품이 뛰어난 정말 어른 그 자체셨다.

하루는 그분에게 큰 병이 찾아왔단 소식이 들렸다.
우리 부모님을 비롯하여 모든 주위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굉장히 덤덤했다. 아저씨는
2년이 넘는 세월동안 병마와 사투를 벌이면서
자신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죽음을 맞이하며
하나 둘 정리해가는 과정을 그린 책을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기 시작했다. 뇌까지 전이되어 가망이 없다는
말이 나올때까지 그 아저씨는 끝까지 가족과 함께하며
덤덤히 자신을 찾아오는 죽음을 맞이했다.


아주 오래전 KBS에서 했던 "앎"이란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었다. 이 아저씨와 비슷하게 큰 병을 얻은 분들이 죽음의 순간까지 덤덤히 그려낸 과정이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 아저씨가 주신 책을 보니 과연 난 "메멘토 모리"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기며 죽음을 항상 생각하고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아저씨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내가 태어났을때 온 세상이 축복해주고 기뻐했듯이 내가 세상을 떠날때도 세상과 하나 둘 정리해가며 나중엔 웃으며 축복 받으면서 떠나가야 할텐데. 이 아저씨는 너무나도 그런 고민에 적극적으로 순응하며 하나 둘 정리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책을 다 읽었을때 쯤에 정말 이 세상에 둘도 존재하지 않을 귀한 책을 선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이렇게 못할 것 같다. 책다운 책을 오랜만에 읽었고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과 생각에 잠기게 한 책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뇌까지 전이되며 병세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주어진 삶을 즐기고 정리하는 글들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보다 진심으로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새해가 뜨던 1월 1일.
가족들과 함께 호스피스에서 세상을 떠나셨단 소식을
덤덤하게 전해들었다.

Memento mori. 지금껏 내가 인생을 살면서 들어온 말들 중에
가장 강력한 메세지로 남을 것 같다. 삶이 힘들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은 요즘 내게 강한 경종을 울려준
이웃 아저씨의 강력한 메세지에 감사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잠깐이나마 빌어 드렸다.

오늘 내가 게으름에 허비하는 하루가 저 아저씨한텐
정말 간절하고 일분 일초가 아까웠던 시간이었음을
생각하니 내 스스로가 반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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