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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를 꿈꾸며

발달하는 중국의 커피 시장

by @블로그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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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눈을 뜬 중국




언젠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유명한 전통 찻집에서 커피를 주문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인사동 같은 관광명소에 있는 찻집이라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정도일 것 같아서 시켰는데, 한 모금밖에 못 마셨다.

그때 필자는 그 찻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파는 커피를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과 중국에서는 20대도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차(茶)를 즐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커피 시장 발전이 우리나라보다 늦었는데, 요즘 커피를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1. 성장궤도에 진입한 중국 원두커피 시장


중국 원두커피시장(원두커피 및 커피전문점의 커피 소비)은 2014년 220억 위안(약 4조700억원)에서 2020년 750억 위안(약 13조8800억원)으로 성장했다. 중국인은 주로 차를 통해 카페인을 섭취해왔으며 커피 역시 인스턴트커피, RTD(Ready to Drink) 액상커피를 주로 소비해왔지만, 2014년부터 원두커피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스타벅스가 되겠다며 공격적으로 확장하다 2020년 분식회계로 나스닥에서 퇴출된 루이싱커피(瑞幸·Luckin)가 규모를 키운 것도 이 시기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루이싱커피는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진행 중이며 나스닥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중국 원두커피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중국 최대증권사 중신증권은 중국 원두커피시장이 연평균 28.7% 성장해서 2024년 2060억 위안(약 38조1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성장률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중국 원두커피시장은 여전히 초기 성장 국면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프랑스는 1인당 연간 마신 커피가 551잔이었으며 한국은 367잔, 미국은 327잔, 전 세계 평균 161잔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9잔에 불과했다


이렇게 중국인들이 커피를 적게 마시는 이유는 뭘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시장에서 원두커피 비중이 59%에 달하는 반면, 중국 커피시장은 인스턴트커피 위주이며 원두커피 비중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89%), 프랑스(84%), 한국(45%) 대비 원두커피 시장 비중이 극히 낮다. 중국 원두커피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이유다.

중국은 원두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적어서 소비량이 적을 뿐 아니라 커피전문점이 적어서 공급도 부족하다. 인구 100만명당
커피전문점 숫자를 보면, 한국이 1384곳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영국은 386곳, 미국은 185곳에 달했다. 반면 중국은 71개에 불과하다.

도시별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서울의 커피전문점 숫자가 인구 100만명당 1831곳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도쿄가 481곳, 샌프란시스코가 438곳이었다. 중국에서는 '경제수도'이자 중국에서 가장 서구화된 도시인 상하이만 300곳을 넘었다(304곳).


2. MZ세대가 견인하는 중국 커피시장


중국 커피시장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소득 증가와 MZ세대 때문이다. 특히 지난 90년대 출생한 '지우링허우'(1990~99년 출생세대)가 소비력이 왕성한 30대로 진입하면서 커피소비가 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우링허우'는 1억8400만명, Z세대(1995~2009년 출생세대)는 2억2700만명에 달한다. 서구 문물에 익숙하고 커피소비를 즐기는 이들 MZ세대가 중국 원두커피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중국이 발표한 '중국원두커피시장 백서'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중국 1선 도시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26잔으로 한국(367잔), 미국(327잔)에 육박하고 있다. 바로 중국 MZ세대의 힘이다.

중국 1선도시의 소비량이 이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중국 전체 1인당 커피소비가 9잔에 불과하다는 건 내륙지방,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아직 원두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중국 대도시에 밀집한 커피전문점이 3, 4선 도시 및 농촌지역으로 침투하면 중국 커피시장은 대폭 확대될 수 있다.


3. 중국판 스타벅스를 꿈꾸는 루이싱커피와 매너커피


중국 루이싱커피가 부활을 노리는 이유도 바로 이 대목이다. 루이싱커피는 분식회계 발각 후 이름만 빼고 다 바꾸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다시 사업이 안정화됐다. 올해 초 루이싱커피의 매장 수는 6000여개로 스타벅스보다 500곳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가 1잔당 30~40위안(약 5500~7400원) 가격의 고급 커피시장을 차지하는 반면, 루이싱커피 등 중국 로컬 브랜드는 15~20위안(약 2780~3700원)의 중저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요즘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전문점은 매너(Manner)커피다. 2015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매너커피는 가장 싼 커피가 15위안(약 2780원)이며 가장 비싼 커피도 30위안(약 5500원)을 초과하지 않는다. 게다가 텀블러를 지참하면 5위안(930원) 할인 혜택도 있다.

매너커피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비용 통제다. 대다수 매장의 면적은 2~3㎡에 불과하며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다. 거추장스러운 걸 다 걷어내고 커피의 맛에만 집중한 전략이 적중해 상하이에서 선전, 베이징, 수저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만약 기회가 돼서 중국 찻집에서 다시 커피를 주문한다면 제법 그럴듯한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때는 찻집이 아니라 골목마다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맛있는 커피를 경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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