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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 시즌 1 深夜食堂

by @블로그 202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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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菜て豚バラのー人鍋 (배추삼겹살 1인 나베)




내가 대사를 기억하는 일은 잘 없지만, 요즘 계속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그냥 다른 풍경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 나왔던 대사이다.

나이 든 여성인 오카에 씨는 모텔에서 청소를 하는데, 인생에서 완전히 낙오해 3-40대임에도 집에서 게임만 붙들고 사는 조카와 함께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카를 계속 칭찬하기까지 하며, 꿋꿋하게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오히려 미소를 잃지 않는다.

조카는 결국 오카에 씨가 모아 놓은 돈과 귀중품을 훔쳐 달아난다.

마지막에 조카는 감옥으로 가고, 오카에 씨는 있는지도 몰랐던 조카 손자를 맡아 키우게 된다.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에서 온갖 수난을 겪은 후 손자와 함께 남게 된 잔느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오카에 씨를 두고 심야식당의 마스터는 맨 처음에 언급한 대사를 내놓는다.

인생의 조건이 진창이면 우울하거나 정신없게만 살아갈 것 같고, 그 반대이면 밝고 행복하게만 살아갈 것 같다.

하지만 진창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저택에서도 웃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현실이 진흙탕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웃는 게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아서 웃는 것인지도.

그냥, 말 그대로 다른 곳을 보고 싶을 뿐.

예전에 한창 우울했을 때는 이상하게 유독 하늘을 많이 올려다보곤 했다.

그러고 보면, 더 어렸을 때 그네 타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네를 타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 속에서 부유하는 느낌이어서였다는 것도 갑자기 떠오른다.

하늘이 너무나 일상적이라 그런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잘 없다.


다들 옆이나 앞, 아래를 쳐다보기에 바쁘고, 삶은 그런 방향으로만 우리를 유도한다.

하지만 가끔이라도, 오카에 씨처럼 자신이 딛고 있는 진흙탕이 아닌,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디딜 수밖에 없는 진흙탕이라면, 적어도 시선은 다른 풍경에 두고 싶다.

그러다 보면, 인생도 결국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고자 해야만 나아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인생이 생각만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되지 않을까.

살고자 하는 대로 살아지는 게 아닐까.

즐거운 인생은 그 자체가 본래부터 즐거웠던 게 아니라, 주인공인 사람이 새로운 선택과 경험과 생각을 통해 수놓아 나가면서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쉽지 않다.

내가 내 선택으로 수를 놓아야 하지만, 신은 내 마음대로 수를 놓을 수 없도록 할 때가 더 많으니까.

그래도 가끔씩 멈추고, 쉬어가며 다른 풍경을 보면서 계속 간다면 결국 큰 바다에 이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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