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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일상

87년 대선 구로구청 대선 개표부정 사건 구로항쟁

by @블로그 202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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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도 아주 많다는 불편한 사실을
하나 올립니다.

지금 살고 계신 한국이라는 나라의 삶이
그저 원래 있던 당연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너무 처절한 희생으로 이루어졌지만
그 희생자를 절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에

지금의 20대, 30대들은
역사의 승자들이 인위적으로 숨겨놓은 역사를
전혀 모르고 커 왔습니다.

이제 50을 향해 달려가는 제가,
그리고 이제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투표라는 제도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제가,

국민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께
구로구청에서 부정선거가 벌어진 게 맞냐는
질문을 했다가 따귀를 열 대 정도 맞은 일을 회상하며,

투표라는 행위의 엄중함이
얼마나 큰 것인가.

마치 연예인들을 비교하는 것처럼
누구는 호감이고 누구는 밉상이네
떠들어대는 것 따위의 가벼운 호감도 투표가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을 넘나드는
그러한 무게와 엄중함을 갖는 큰 일이
바로 투표라는 행위임을
상기시켜드리고자

좋은 문화에서만 곱게 자라온
85년생 이후 출생자 동생분들이
조금은 불편하고 무서워할 수 있는 영상을
하나 올립니다.

투표 잘 하고,
몇 시간이나마 즐거운 휴식 가질 수 있는
한 주가 되시길 빕니다.

영상 : 87년 대선 구로구청 대선 개표부정 사건 (일명 구로항쟁)

우리나라의 현대사에는 우리나라를 바꾼 몇 가지 사건들이 있다. 그 가운데 1987년만큼 일년내내 일이 있었던 때는 없었다. 1월 박종철열사 고문치사사건을 시작으로 대통령직선제로 상징되는 민주화운동,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 이한열열사의 죽음, 6월항쟁, 노태우의 6.29선언, 7-9월 노동자대투쟁, 그리고 그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12월 16일 대통령선거에서의 소위 구로항쟁이다.

이 싸움은 부정투표함의 반출을 발견한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며 부정투표함의 공개개봉 등 선거무효를 주장하며 구로구청에서 농성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3일만에 4천여 명의 무장경찰의 무차별 진압으로 인하여 2시간여 동안의 아비규환 끝에 1,034명이 연행되고 그중 208명을 대통령 선거법위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방화 등으로 구속되면서 끝이 났다.

당시를 되새겨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국민이 6월 항쟁으로 이루어낸 대통령 직선제가 몇몇 정치인의 개인적 욕심에 의해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구로항쟁에서 보여지 듯 부정선거의 징후가 뚜렷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의 패배의 원인이 후보단일화의 실패에 초점이 맞춰지며 소위 야권 및 민주세력의 패배의식에 의해 끝이 난 것이다. 그때 20대였던 우리는 나름 치열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직선제 쟁취라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그 다음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종종 한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이유는 이 모든 것이 국민과 함께 국민을 믿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신뢰도 부족했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87년 대선 구로구청 대선 개표부정 사건 구로항쟁


이렇듯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시작된 민주화는 그동안 많은 변절자를 낳았고 그보다 더 많은 정치꾼들을 양산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87년의 망령이 되살아나 ‘당선 가능성’ 내지는 ‘사표 방지’라는 이름으로 타협을 일삼아왔다. 그리고 그런 타협을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해 왔다. 그런 타협이 거듭되면서 어느새 우리는 길들여졌고 언제나 스스로 먼저 깃발을 내리는 일들도 빈번해졌다. 현장에서의 싸움은 어느새 제도권에서의 활동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우리의 그 비겁함의 결과를 보고 있다.

국내에서 선거의 결과에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멀리 미국에서 교포들이 먼저 부정선거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고 이는 곧 유엔청원 접수로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 과정에서 국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변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국내 정치가 불안할 때 곧잘 쓰는 비책인 남북 긴장관계와 그로 인한 전쟁위협은 우리에게 부정선거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를 주지 않았던 탓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지금의 부정선거를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며 그런 변명으로 우리의 비겁함을 가릴 수도 없다.

그 부끄러움과 비겁함을 무릅쓰고 고백하건대 우리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언제나 그렇듯 20대의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기도 한다. 어제 오늘 사이 서울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 부정선거를 바로잡고자 하는 시국선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87년 구로항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우리 세대가 이렇게 물러서 있다면 우리는 결국 87년의 상황에서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나라에 대한 꿈, 희망을 다시 되살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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